[댄스人터뷰] 정은희 “셔플댄스는 누구나 춤출 수 있는 권리… K-셔플로 세계를 향합니다”
무대 위의 자유, 발끝에서 시작된 변화... 정은희 대표의 춤 인생과 ‘K-셔플’의 비전
춤은 정은희 대표에게 언제나 친구였다. 어린 시절, 부모가 바쁠 때면 그는 홀로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췄다. 춤은 장난이자 놀이였고, 외로움 없는 유일한 대화였다. 댄스 관련 학과가 흔치 않던 90년대, 담임교사의 권유로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그는 다양한 움직임과 퍼포먼스를 통해 무대를 익혀갔다. 그렇게 춤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중심이 되었고, 현재 그녀는 한국셔플댄스협회 협회장이자 댄스조아 원장으로서 셔플댄스를 대중 속으로 이끌고 있다.
사진=한국셔플댄스협회
셔플댄스와의 본격적인 인연은 ‘누구나 쉽게 출 수 있는 춤’을 고민하던 시기 시작됐다.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발스텝을 중심으로 루틴을 만들었고, 이를 수업과 유튜브 튜토리얼로 확장하며 셔플댄스에 몰입하게 됐다. 그에게 셔플댄스는 기술보다 에너지, 스텝보다 함께하는 리듬이었다. 음악에 맞춰 발끝으로 에너지를 표현하고,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는 셔플댄스의 가능성을 직감했다.
그는 댄스조아에서 기술 중심 교육을 넘어서려 한다. 뛰어난 개인보다 ‘조금 서툴더라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고자 한다. 춤이 한 사람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로 작용하길 바라는 마음, 그 철학은 지도자 양성과 커리큘럼 개발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무대는 춤이 사람을 바꾸는 장면을 직접 경험한 때였다. 몸이 불편하거나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함께 수업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 극을 만들고, 공연 수익금을 전액 기부했던 크리스마스의 기억은 지금도 그에게 가장 따뜻한 순간으로 남아 있다. “춤은 행복한 사람만 추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춤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진=한국셔플댄스협회
한국셔플댄스협회의 활동 역시 단순한 장르 홍보를 넘어선다. 그녀는 셔플댄스의 대중화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과 지도자 자격제도를 만들었고, 전국에 지부를 설치해 강사를 파견하고 있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 아침체조 대신 셔플댄스를 활용하고 있으며, 유소년부터 시니어까지 전 연령대에 걸쳐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어린이에게는 정서적 안정, 성인에게는 여가활동, 시니어에게는 건강관리로 기능하는 전천후 춤이라는 점에서 셔플댄스는 특별하다.
무대 안팎에서도 정은희 협회장은 ‘공감’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그는 “관객이 편안하게 보면서 ‘나도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을 갖도록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셔플댄스는 개인의 실력보다 함께 발을 맞출 때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한다. 정은희는 이를 ‘K-셔플’의 정신이라 부른다. 외국의 배틀 중심 셔플 문화와 달리, 한국의 셔플은 모두가 함께하는 커뮤니티 중심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셔플댄스를 하나의 춤 장르로 확립하는 것을 오랫동안 목표로 삼아왔다. 협회를 창립하고, 교육 시스템과 공연을 통해 꾸준히 뿌리를 내린 결과, 현재 셔플댄스는 한국 무용계 안에서 하나의 장르로 점차 인정받고 있다. 해외 셔플댄서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장르와 융합하며 셔플댄스는 진화 중이다. “K팝이 세계적인 트렌드가 된 것처럼, 셔플도 문화와 소통하며 충분히 세계적인 확산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사진=한국셔플댄스협회
정은희는 예술을 ‘자기 표현’에서 출발하지만 ‘공감’으로 완성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셔플댄스는 쉬운 스텝과 빠른 몰입감으로 누구든 쉽게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그것이 또 다른 이에게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다. 그는 셔플댄스를 통해 누군가에게는 용기를,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는 “K-컬처 기반의 K-셔플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라며 분명한 목표를 밝혔다. 한국만의 춤 문화를 만들고, 이를 해외와 연결해 더 넓은 문화적 확산을 꾀하고자 한다. 춤을 통해 연결된 세상, 그것이 그가 그리고 있는 미래다.
이윤지 기자
dashe.yoon@gmail.com
출처 : 코레오뉴스(https://www.choreonews.com)